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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의 명문

명작 속의 명문 / 보임안서(報任安書)

물아일체 2021. 3. 1. 08:28

"사람의 죽음 가운데에는 아홉 마리의 소에서

털 하나 뽑는 것 같이 가벼운 죽음이 있는가 하면

태산 보다 무거운 죽음도 있소.

내가 보잘것없는 죽음 보다 태산처럼 무거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이미 치욕으로 육신은 죽었지만

정신만은 살아서 청사에 빛날 역사서를 쓰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오."

 

"나는 살아서 역사를 쓸 것이오. 황제와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중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그들로 인해 백성들은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할 것이오.

나는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어 남겨 놓을 것이 없다는 것이 두려웠소."

 

중국 최고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쓴 한나라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 '보임안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치욕적인 궁형(거세형)을

자청해 목숨을 부지한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이 문장에서 구우일모(九牛一毛)라는 사자성어가

유래하기도 했다.

 

사마천은 흉노와의 전쟁에서 적에게 투항한 이릉 장군을

변호했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역사서를 편찬하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궁형을 자청함으로써 사형을 면제 받았고,

마침내 불멸의 역사서 사기 130 권을 완성했다.

 

인간은 무(無)에서 태어나 유(有)를 이뤄 한 평생 살다가

다시 무로 돌아간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그가 어떤 죽음을 맞는가는 전적으로 그의 삶이

담보한다.

남들이 그 뜻을 몰라줘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소신 있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길지 않은 생은 역사에 한줄기 빛이 되고

한줌 소금이 될 것이다.

 

遺芳百歲 遺臭萬年 (유방백세 유취만년)

꽃다운 이름과 그 향기는 백 년을 가고,

더러운 이름과 그 악취는 만 년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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