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동 건 '뉴삼성'…
이재용, '신상필벌' 방점 찍었다"
올 초 삼성의 임원인사를 앞두고 신문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인 삼성이
임원 인사에 있어서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삼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신상필벌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으로,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중하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신상필벌은 인사의 기본으로, 조직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이다. 신상필벌이 잘 지켜지면 조직의
기강이 확립될 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와
동기부여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신상필벌은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당근과 채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대 왕조국가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많은 고전에는
신상필벌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강태공의 신상필벌
우리에게 강태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주나라의 태공망
여상은 자신이 지은 병법서 '육도'에서 "포상은 공로에
알맞게 실행된다는 믿음이 가장 소중하고, 처벌은
예외 없이 반드시 실행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은 선행을 권장하는 수단이며, 벌은 악행을 징계하는
수단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신상필벌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비자의 신상필벌
“현명한 군주가 신하를 통솔하는 수단은 '이병(二柄)'
즉, 두 개의 자루가 있을 뿐이다.
두 개의 자루란 곧 형(刑)과 덕(德)으로, 형은 벌을
가하는 것이고 덕은 상을 주는 것이다.
신하가 된 사람은 누구라도 벌을 무서워하고 상을
기뻐한다. 임금이 이 두 개의 자루만 잡고 있으면
신하들을 그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법가의 대표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한비자의 이병편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한비자는 임금에게 신하들이 충성을 바치는 것은
두 개의 자루, 즉 상과 벌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서부 내륙의 후발국가였던 진(秦)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법가사상의 핵심인
신상필벌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갈량의 신상필벌
제갈량은 지략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상벌을 공정하게
시행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제갈량은 나라의 운명을 건
북벌에 나서며 어린 황제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에서도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제갈량이 신상필벌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한 대표적
사례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1차 북벌 때, 제갈량의 측근 장수 마속은 가정전투에서
제갈량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가 위나라 군대에게 크게
패했고,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치는
읍참마속으로 군령을 세웠다.
賞罰熟明 (상벌숙명)
병법가인 손자는 전쟁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덕목 일곱 가지를 꼽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상벌숙명 즉, 상벌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들을 칭찬하거나 벌을 주는 경우에도 일정한
기준이 없이 그때그때 다른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다면
아이들은 엄마의 눈치만 살피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신상필벌의 공정성이 무너지면
기강이 흔들리고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져 결국 조직은
붕괴되고 만다.
조직의 리더는 상벌을 운영함에 있어서 특히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초한전쟁 당시 항우는 월등한 전투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유방에게 천하통일의 기회를 넘겨
주고 말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항우의
나눌 줄 모르는 성격 또한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전투에서 공을 세우면 전리품도 나눠주고 계급도
올려줘야 하는데, 항우는 상을 주는 일에 인색해 도장의
모서리가 다 닳을 정도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도장을
만지작거렸다고 한다.
이에 반해 유방은 사람들에게 벼슬을 내리고 땅을 떼어
주는 일에 아낌이 없어 많은 장수들이 그를 따랐다.
我心如秤 (아심여칭)
아심여칭이란 "내 마음은 저울과 같다"는 뜻으로
제갈량이 했던 말이다. 상벌을 시행함에 있어서
저울처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공평무사하게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요즘 우리 나라를 보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무수오지심
(無羞惡之心)의 경우가 많다. 이는 그 동안 신상필벌을
제대로 시행해 오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포상을 지나치게 남발해 그 취지가
빛을 바랜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우리나라의
방역활동이 많은 나라들로부터 우수 사례로 인정을
받고 있다.
머지않아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공행상을 하리라
예상되는데, 결코 코드가 상벌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삼성이 임원인사에서 그러했듯 신상필벌의
엄격한 적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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