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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순망치한

물아일체 2019. 11. 17. 19:20

순망치한(脣亡齒寒)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의지하는 관계는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따라서 무너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등 이 세상에서 맺어지는

거의 모든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다.

결코 어느 한 편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순망치한의 관계인 것이다.

 

< 가도벌괵(假道伐) >

 

춘추시대 진()나라는 우나라에 사신을 보내 괵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니 진의 군대가 우나라를 지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이때 우나라의 책사 궁지기는 길을 빌려 주면 절대로

안 된다며 왕에게 말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서로 입술과 이의 관계인데,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리 우나라도

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나라 사신으로부터 많은 보상 약속을 받은

우왕은 궁지기의 말을 무시하고 길을 내주었다.

 

얼마 후 과연 궁지기의 예언대로 진나라 군대는

괵나라를 정복한 후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공격해

멸망시켜 버렸다. 이 일화에서 순망치한의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 정명가도(征明假道) >

 

1591년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에 명나라를

치려고 하니 길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조선이 이를

거절하자 이듬해인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파죽지세로 한양을 거쳐 평양성을

함락하고 명나라와의 국경 근처까지 올라가자 명나라는

항왜원조(抗倭援朝)의 지원군을 조선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당시 명나라가 조선에 파병을 하게 된 배경은 순망치한

, 조선이 망하게 되면 왜가 명나라 국경을 넘게 되어

자기 나라 땅에서 전쟁을 해야 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북한군이 유엔군

참전으로 압록강까지 패퇴하자 20여만 명의 중공군이

항미원조(抗米援朝)를 기치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이 때 참전을 결정한 중국 모택동이 내세웠던 명분 또한

순망치한이었다.

 

요즘 북한과 중국이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양국이 순망치한의 관계임을 고려한 결과이다.

북한을 이용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생각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북한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人無遠慮 必有近憂 (인무원려 필유근우)

사람이 멀리 생각하는 바가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장래에 걱정거리가 생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흔히 "누구누구 때문에"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구누구 덕분"인 경우가 많다.

공연히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상대방을 홀대하다가는

훗날 후회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라는

태진아의 '동반자' 노래 가사는 "당신과 나는

순망치한의 관계이니 늘 함께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하게 잘 살던 부부도 한쪽이 갑작스런 사고나

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면 남은 한 사람 역시 오래

견디지 못하고 따라서 죽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다며 이혼을 했다가 얼마 후

다시 재결합하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부부간의 순망치한의 관계를 절감하게 하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일부 대기업이나 조직의 상사 가운데는 아쉬울 때는

감언이설로 협력업체나 부하 직원을 위하는 척 하다가

일단 관계가 고착되면 태도가 돌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조직의 상사가 안하무인격의 갑질을

하는 것은 협력업체나 부하직원이 순망치한의

파트너이자 동반자임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다.

 

최근 위안부 및 징용 배상과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과 그를 거부하고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동반자적 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해법이 필요한 때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서로가 순망치한의 관계라는 점을 인정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만이 미래와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순망치한은 누구든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곁에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교훈을

주는 말이다.

 

클래식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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