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유머는 삶에 여유를 주고,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즐겁게 한다.
재미와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를 반영하듯 여자들이 선호하는 배우자감의 자질로
유머 감각을 첫 번째로 꼽은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기업체 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유머가 있는
사람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결과도 있었다.
유머는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고,
문화 수준과 유머 수준은 비례한다고 말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 가운데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과 인도의 비폭력
독립운동가 간디의 유머 시리즈는 유명하다.
처칠이 대기업 국유화 정책을 주장하는 노동당과
대립하고 있던 때였다.
의회에 출석한 처칠이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는 라이벌인 노동당 당수 애틀리와
다른 사람들이 소변을 보고 있었고, 빈 변기는 애틀리의
옆자리 뿐이었다.
그런데 처칠은 에틀리의 옆 빈 변기에서 소변을
보지 않고 기다렸다가 다른 자리가 나자 비로소
그 곳으로 가 소변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애틀리가 물었다.
"내 옆자리가 비었는데 왜 거긴
안 쓴 거요?
나한테 불쾌한 감정이라도 있습니까?"
처칠이 대답했다.
"천만에요. 당신들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 하려 드는데,
당신 곁에서 소변을 보다가 혹시 당신이 내 것을 보고
국유화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그랬을 뿐이요."
간디가 런던 대학에서 유학을 할 때 동양인에 대해
편견을 가진 피터스라는 교수가 있었다.
하루는 간디가 구내식당에서 피터스 교수 옆자리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불쾌한 기분이 든 피터스 교수가
간디에게 말했다.
“간디, 더러운 돼지와 아름다운
새가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네.”
이에 간디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럼 제가 다른 곳으로 날아
갈게요.”
談言微中 亦可以解紛 (담언미중 역가이해분)
말을 적절하고 부드럽게 하면
어떤 어려운 문제도 다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지은 사마천의
말이다.
다른 역사서와는 달리 사마천의 사기에는 골계열전을
두고 있는데, 이는 해학과 풍자, 재치와 유머가 있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사형을 면하기 위해 궁형(거세형)을 당하며 비극적 삶을
살아야 했던 사마천이 사기에 골계열전을 둔 것은
가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마천은 골계열전에서 "사람은 예의와 도덕만으로는
살 수 없다."며 유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촌철살인의 작은 거인 안영
춘추시대 제나라의 안영은 키가 아주 작았지만
지혜가 뛰어났고 현실정치에 밝았으며 검소해 백성들의
신망이 높은 명재상이었다.
안영이 당시 강대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초나라 영왕은 왜소한 안영의 기를 꺾고 제나라에
모욕감을 주려 몇 가지 일을 꾸몄다.
안영이 초나라 도성에 도착했는데 성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문지기에게 성문을 열라고 하니 그 문지기는
안영을 성문 옆 조그만 개구멍으로 안내한 뒤 말했다.
"재상께서는 이 개구멍으로 들어가십시오.
이 정도 구멍이면 출입하기에 충분한데, 큰 성문을
열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에 안영은 웃으며 말했다.
"개 나라에 사신으로 오면 개구멍으로 드나들지만,
사람 나라에 사신으로 오면 성문으로 출입해야 하오.
설마 초나라가 개 나라는 아니겠지요. "
이 말을 전해 들은 초 영왕은 얼굴을 붉히며 성문을
열어주도록 명령했다.
안영을 대면한 초 영왕은 인신공격성 질문을 했다.
"제나라에는 인재가 없는가?. 어째서 당신 같이 키가
작고 볼품 없는 사람을 사신으로 보냈소?"
그러자 안영이 대답했다.
"저희 제나라에는 사신을 파견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대국에는 키가 크고 훌륭한 사람을 파견하고,
소국에는 키가 작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을 보냅니다.
저는 유능하지 못하고 키가 작아 초나라로 파견될
수밖에 없었으니 왕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초 영왕은 안영에게 망신을 주려고 제나라 출신
죄인을 불러 안영의 면전에서 심문하며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는가?”
이에 안영이 대답했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됩니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과일의 모양과
성질이 변하듯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나라에서 선량하던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죄인이 된 것 같습니다"
초나라 영왕을 무안하게 만든 안영의 재치와 임기응변이
돋보이는 일화이다.
순우곤의 불비불명(不飛不鳴)
순우곤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관료이자 학자이다.
제나라 위왕은 왕위에 오른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정사는 돌보지 않고 날마다 음주가무에 빠져 지내며
이에 대해 간언하는 자는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어떤 신하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순우곤이 왕 앞에 나섰다.
"왕께서 좋아하는 수수께끼를 하나 내겠습니다.
나라에 큰 새가 있는데, 왕의 정원에 살면서
3년 동안 날지도 않고(不飛), 울지도 않는데(不鳴)
이 새가 무슨 새입니까?"
위왕은 순우곤의 의중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
"3년 동안 날지 않았으니 한번 날면 하늘 높이
오르고, 3년 동안 울지 않았으니 한번 울면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할 것이오."
순우곤의 재치 있는 말에 왕은 비로소 정사를 돌보기
시작했다.
순우곤은 직접적으로 왕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간접적인 질문으로 잘못을 깨닫게 했다.
만일 순우곤이 왕에게 정사를 돌보라고 직설적으로
간언했다면 처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일화에서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의 '불비불명' 고사성어가 유래하기도
했다.
酒極生亂 樂極生悲 (주극생란 낙극생비)
술이 과하면 망발을 하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닥친다.
순우곤이 술을 몹시 좋아하는 위왕과 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넌지시 왕에게 던진 충고의 말인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교훈적인
문장으로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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