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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물에서 배운다

물아일체 2019. 3. 25. 07:39

기원전 6 세기 예루살렘에서 바빌론으로 끌려와

포로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빌론강 기슭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울었다.

 

1970년대 후반 '보니 엠(Boney M)'이 불러 히트한

'바빌론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는 그 같은

성경 시편의 내용을 노래한 곡이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 세월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거나 지난 날의 추억에

잠기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어디서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물이기에

사람들은 물의 소중함과 물에 담긴 교훈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많은 철학자와 전략가들은

물에서 삶의 지혜를 찾으려 노력했다.

 

上善若水 (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 (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그 공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위치한다.

 

노자가 지은 오 천여 글자의 도덕경 가운데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문장이다.

처신을 겸손하게 하여 널리 베풀되 보답을

바라지 마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萬折必東 (만절필동)

황하의 물은 만 번을 꺾여도 결국 동쪽으로

흘러간다.

 

사물이나 현상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결국은

순리대로 진행된다는 의미로, 일이 꼬이거나

난관에 부딪쳐 위로와 다짐이 필요할 때

주로 쓰인다.

순자에 나오는 글귀인데, 공자가 제자인 자공에게

군자로서 갖춰야 할 아홉 가지 덕을 물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만절필동'을 인용했다고 한다.

 

 水無常形 (수무상형)

물은 일정한 형태가 없다.

 

손자병법에서는 물의 원리를 닮은 조직이

가장 강한 조직이라고 했다.

자신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그 형태가

유연하게 변하는 물처럼 군대든 기업이든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맹자는 물을 근원이 있는 것과 근원이 없는 것으로

나눠 설명하면서 근원, 근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근원이 있는 샘에서 나오는 물은 쉬지 않고 흘러

바다에 이르지만, 근원이 없는 물은 마치 여름철

장맛비와 같아서 잠깐 동안 도랑을 채우지만

얼마 안 가서 말라버린다.

 

사람도 물과 마찬가지여서 근본이 튼튼하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지만,

근본이 부실하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물은 흐르다 막히면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우고 난 뒤에 다시 흐른다.

사람들에게 역경을 만나면 좌절할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여유를 갖고 새롭게 출발하라는

교훈을 준다.

 

부부 또는 형제 간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다.

물은 스스로 갈라서지 않으며, 외부의 원인에 의해

갈라섰다가 다시 합쳐지는 경우에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아 사람들에게 화합과 상생을 일러 준다.

 

우리 현대사에 '물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분이 계셨다.

국정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소신이 부족해

그런 별칭이 붙여졌겠지만, 정작 본인은 물이 갖는

심오한 의미를 생각하며 '물 대통령'이라 불리는 것을

내심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柔弱勝剛强 (유약승강강)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물은 부드럽고 약한 듯 보이지만

끝내는 바위를 뚫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물이 언제나 생명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치와 순리를 거스르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응징을 내려 목숨 마저 빼앗기도 한다.

 

사람들이 물을 대할 때마다 물의 소중함과 더불어

물의 가르침을 한두 가지만이라도 새겨서 실천한다면

세상은 더욱 살기 좋아질 것이다.

3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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