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놓여 있다.",
"세 치의 혀가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말의 위험성을 표현하는 속담들이다.
말로써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출세를 하기도 하지만
낭패를 보기도 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설화(舌禍)를
당하기도 한다.
지혜롭게 사용하면 유용하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더없이 흉측한 무기로 변하는 것이 우리 입 속의 세 치
혀이자 말이다
현대인들에게는 혀 밑에 든 도끼뿐만 아니라 손가락
끝의 도끼도 그에 못지 않은 흉기가 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가 사람들 사이의 일상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때문이다.
손끝에서 작성되고 전달되는 악성 게시글이나 댓글의
피해는 입에서 나오는 말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사이버
공간에서 모욕이나 공격을 당하게 되면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준 사람은 금방 잊어도 받은 사람은 평생 못 잊는
것이 말이다.
말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칼로 베인 육신의 상처보다
훨씬 깊고 아프고 오래간다.
당나라 말기부터 5대10국시대까지 열 한 명의 임금을
섬기며 20여 년간 재상을 지낸 유학자 풍도는 처세의
달인으로 불리는데, 말 조심을 처세의 기본으로
삼았기에 난세에서도 그처럼 영달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입은 곧 화에 이르는 문이요, 혀는 곧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숙히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
연산군은 자신의 폭정에 대한 조정 신료들의 비난을
막기 위해 풍도가 썼다는 설시(舌詩)의 한 구절을 담은
신언패(愼言牌)를 만들어 신하들이 늘 목에 걸고
다니도록 했다.
좋은 글이 폭군의 입 단속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好事不出門 惡事傳千里 (호사불출문, 악사전천리)
좋은 일은 문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나쁜 일은
천리까지 퍼져 나간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사람들은 호사 보다 악사에
더 관심과 흥미를 느끼며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도청이도설 덕지기야)
공자는 길에서 얻어들은 헛소문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타인에서 퍼뜨리는 것은 자신의 덕을 버리는 일이라 했다.
각종 유언비어와 카더라 통신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새겨야 할 말이다.
多言數窮 不如守中 (다언삭궁 불여수중)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니 가슴에 담아둠만
못하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말의 신중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곧 조직원과 소통을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말이 많아지면 잔소리로 비쳐지고 오히려 조직내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오해할 수도 있다.
守口如甁 防意如城 (수구여병 방의여성)
입 조심하기를 병의 마개를 막듯이 하고,
뜻을 굳게 지키기를 성을 지키듯이 하라.
한번 쏟은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말 역시 하고 나서 후회를 하더라도 주어 담을 수
없다.
말을 입 밖으로 내놓을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天知 地知 子知 我知 (천지 지지 자지 아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
후한시대 양서라고 하는 청렴한 태수가 있었다.
현령 한 사람이 찾아와 뇌물을 내놓으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받으라고 하자 양서가
뇌물을 거부하며 했던 말이다.
담장에는 틈이 있고, 벽에도 귀가 있다.
단둘이 비밀스럽게 나눈 말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이
알게 되고,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내밀하게 오간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세상에 다 알려졌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전래동화의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좋은 말을 듣고 자란 식물과
나쁜 말을 듣고 자란 식물은 생육에 차이가 난다고
한다.
사랑해, 고마워 같은 말을 듣고 자란 식물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결실도 풍성했지만,
미워, 싫어 같은 나쁜 말을 들은 식물은 성장도 느리고
열매도 부실했다는 것이다.
사람에 있어서도 그가 하는 말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고운 말을 쓰면 마음이 선해져 행동도 온순해지지만,
험하고 나쁜 말을 자주 쓰다 보면 행동도 거칠어진다.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고운 말을 쓰도록 지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그러려면 어른들부터 바르고 고운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우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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