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1), 이(2), 삼(3), 사(4), 오(5), 육(6)....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숫자를 쓰면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각각의 숫자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 가운데 삼(3)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숫자이며, 우리 문화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고조선 건국신화에서 환웅은 인간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환인으로부터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받아
이 땅에 내려왔으며,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가 되기도 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친숙한 속담이고, 우리는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하루 삼시세끼를 먹으며, 내기를 하면
보통 삼세판을 한다.
이 밖에도 삼신할머니, 삼족오, 시묘살이 삼년 등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숫자 삼이 쓰여 왔다.
유교와 한자 문화의 발상지인 중국 역사에서도
숫자 삼이 들어간 고사 또는 문장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노자는 “하나는 둘을, 둘은 셋을 낳았으며, 셋은 만물을
낳았다”고 했다. 이는 삼이 완전한 숫자라는 중국인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三人成虎 (삼인성호)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호랑이가 없어도 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사실이 된다는 의미이다.
전국시대 조나라에 인질로 가게 된 위나라 방총은
자신이 없는 동안 간신들이 왕에게 자신을 모함할 것이
걱정되었다.
방총은 떠나기에 앞서 위 혜왕에게 부탁을 했다.
"저잣거리에는 호랑이가 없음에도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가 만들어집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간신들의
모함이 있을 수 있으니 부디 왕께서 잘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혜왕은 "염려하지 말라.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것이
아니면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방총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 간신들의 참언이
이어졌고, 혜왕의 의심을 받은 방총은 결국 위나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三人行必有我師 (삼인행필유아사).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호학(好學)의 성인 공자의 말이다.
중용에서는 지, 인, 용을 삼달덕(三達德)이라 하여
군자가 갖추어야 할 보편적 도덕규범으로 삼고 있다.
맹자는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하늘과 땅에 부끄러움이
없으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일을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고 했다.
一沐三捉 一飯三吐 (일목삼착, 일반삼토)
주공은 한 번 머리를 감다가도 인재가 찾아오면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지고 나가 그를 맞았고,
한 끼 밥을 먹다가도 인재가 찾아오면
세 번이나 씹던 밥을 뱉어내고 그를 만났다.
주공은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의 동생으로
강태공 같은 인재를 발탁해 건국 초기에 나라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三釁三浴 (삼흔삼욕)
세 번 몸을 씻고 세 번 향에 몸을 쬔다는 의미로
정성을 다해 인재를 맞아들이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춘추시대 포숙은 제 환공에게 능력이 탁월한 관중을
재상으로 추천했다. 환공은 처음에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적인 관중을 처형하려 했지만, 결국 포숙의
간언을 받아들여 길일을 택해 직접 나가 관중을
영접했다.
이때 제 환공이 행한 의식이 바로 삼흔삼욕이다.
관중은 환공과 포숙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부국강병을
이뤄 제 환공이 춘추오패 가운데 첫 번째 패주가 될 수
있도록 보좌했다.
三聚三散 (삼취삼산)
춘추시대 범려는 오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천하를
나누자는 월왕 구천의 제안도 거절한 채 토사구팽의
위험을 피해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갔다.
그 곳에서 상업활동으로 큰 재산을 모은 범려는
다시 도 땅으로 이주해 또 거금을 모았다.
범려는 이렇게 모은 재산을 이웃과 친척들에게
나눠주어 후대 사람들로부터 재신(財神), 상업의 신으로
추앙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 삼취삼산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는데,
재산을 세 번 모아 세 번 모두 나누었다는 뜻으로
부자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재산을
유용하게 베푸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할 수 있다.
三顧草廬(삼고초려), 天下三分之計(천하삼분지계)
삼고초려는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의 초가집을
세 번이나 찾아가 그를 초빙하여 군사(軍師)로 삼은
고사에서 유래했는데, 인재를 얻기 위해 참을성 있게
힘쓰는 것을 말한다.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동한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했다. 천하삼분지계는 북쪽은 천시(天時)를 차지한
조조에게, 남쪽은 지리(地利)를 차지한 손권에게 각각
양보하고, 유비는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형주와 서천을
취해 세 개의 솥발이 안정적으로 솥을 지탱하는
것과 같은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뤘다가 훗날 중원을
도모한다는 큰 그림이었다.
三思一言 三思一行 (삼사일언 삼사일행)
한 마디 말을 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고,
한 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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