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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살리에르 증후군과 이인자 콤플렉스

물아일체 2019. 6. 19. 07:53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지만, 천재와 범재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1%의 타고난 영감이다.

1%가 범재들에게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처럼 느껴진다.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일인자를 넘어설 수 없다는 열등감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인자의 콤플렉스를 말한다.

이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껴

좌절했던 음악가 살리에르의 경우에서 유래되었다.

 

실제와는 많이 다르지만 영화에서 그려진 살리에르는

모짜르트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하며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라고 신을 원망한다.

 

영화 속 살리에르처럼 일인자를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흔한 일이며, 역사에서도 여러 부류의

살리에르를 찾아 볼 수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를 살리에르에 비유한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龐涓死於此樹之下 (방연사어차수지하)

방연이 이 나무 아래서 죽는다.

 

전국시대 손빈과 방연은 귀곡자 밑에서 동문수학한

절친한 사이였으나 나중에는 서로 죽이고 죽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은 총명하고 공명심이 강한

공통점이 있었지만, 방연이 손빈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늘 열등감을 느꼈다.

 

방연은 먼저 위나라에서 장군이 된 후 손빈을 초청했다.

이는 손빈이 다른 나라로 가서 자신의 경쟁자가 되는

것을 막, 또 손빈이 알고 있는 병법을 전수 받으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방연은 손빈이 자기 보다 높은 관직을 맡을

것 같자 손빈을 제나라 첩자라고 모함해 두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게 했다.

 

내막을 몰랐던 손빈은 처음에는 방연 덕분에 목숨을

건진 줄 알고 고마워했지만, 얼마 후 방연의 음모를

알게 되자 제나라로 탈출해 복수전을 펼치게 되는데

그 클라이맥스가 마릉전투이다.

 

손빈과 제나라 군사들은 위나라의 방연을 유인하려

쫓기는 척 하다가 험지인 마릉에 군사를 매복시키고

큰 나무에 "방연이 이 나무 아래서 죽는다."는 글을

새겨 놓았다.

 

밤에 마릉에 도착한 방연이 나무에 있는 글씨를 보려

불을 켜자 매복해 있던 제나라 군사들이 화살을 쏘아

방연과 위나라 군대를 전멸시켰다.

 

旣生瑜 何生亮 (기생유 하생량)

하늘은 이미 주유를 낳았거늘,

왜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

 

삼국지의 적벽대전은 오나라 대도독 주유와 촉의

제갈량이 연합해 화공으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명장면이다. 주유는 공명심과 승부근성이 강했으며,

제갈량과의 라이벌 의식도 집요했다.

 

주유가 제갈량을 곤경에 빠트리려 10만개의 화살을

10일 이내에 마련할 것을 요청하자 제갈량은 되레

3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3일째 되는 날 제갈량은

여러 척의 배에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싣고

안개가 자욱한 조조 군영으로 접근해 소리를 질러

조조의 군사들이 마구 활을 쏘도록 유도했다.

 

귀환해서 허수아비에 박힌 무수한 화살을 수거하니

10만개가 훨씬 넘었다. 이에 주유는 "제갈량의 꾀가

신기에 가까우니 내가 그와 같을 수가 없구나."라며

탄식했다.

 

적벽대전이 끝난 뒤 주유는 제갈량을 그대로 두면

큰 화근이 되리라 걱정해 죽이려 했지만 제갈량은

미리 준비해 둔 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주유는 "하늘은 이미 주유를 낳았거늘, 왜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 하는 원망의 말을 남기고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에 병사했다.

 

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

(생아자부모 지아자포숙야)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진정으로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관포지교의 관중과 포숙은 이인자 콤플렉스도

잘만 활용하면 일인자와 이인자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관중은 제 환공(소백)이 주군의 자리를 놓고 형인

공자 규와 경쟁을 벌일 때 형의 편에서 환공에게 활을

쏘았던 정적이었다.

 

그래서 환공은 처음에는 관중을 죽이려 했으나

신하인 포숙의 간언을 받아들여 오히려 재상으로

임명했다. 제나라는 관중의 탁월한 정치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부국강병에 성공했고, 환공은 춘추시대

첫 번째 패주가 되었다

 

관중과 포숙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는데,

가난하고 궁색한 관중은 여러 차례 포숙을 속이고

이용했지만, 포숙은 개의치 않았고 관중을 자기 보다

높은 자리인 재상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이는 포숙이 관중을 친구 이전에 천하를 경영할

능력을 지닌 탁월한 인재로 보았기 때문이.

 

훗날 관중은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진정으로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라고 말할 만큼

관중에 대한 포숙의 우정은 이타적이었다.

 

포숙의 이러한 처신에 대해 사마천의 사기에는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뛰어난 재능 보다 포숙의

사람 보는 혜안을 더 칭찬했다."고 적고 있다.

 

일등만 기억하는 승자 독식의 현실에서는 많은

살리에르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일등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질투는 파멸을

부른다. 포숙의 경우처럼 상대방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아량으로 이인자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상생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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