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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빅 픽처, 큰 그림을 그려라

물아일체 2018. 8. 23. 10:07

"Boy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학창시절에 많이 들었던 이야기로, 청소년들에게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갖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조언이다.

 

빅 픽처(Big picture), 큰 그림은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건축가의 설계도면과

같고, 탐험가의 지도와 같다고 하겠다.

 

빅 픽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수가 바둑을 둘 때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돌을 놓는 것처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장기적인 전략이나 비전을 세우는 일이다.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처'가 출간된

이후 큰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요즈음엔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친숙한 표현이 되었으며,

TV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에서도 종종 인용되고 있다.

 

"전체를 보는 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작은 패배를 견뎌낼 수 있어."

 

케이블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큰 그림을 그려 전체를 보는 사람은 작은 일에 일희일비

(一喜一悲) 하지 않고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맞추며

큰 그림을 완성해 갈 수 있다.

세상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고, 역사에는 큰 그림을 그려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많다.

 

하늘과 땅을 걸고 주사위를 던져 결정한다는

의미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운명을 한판 승부를

일컫는데,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가 초한전쟁 당시

항우와 유방이 대치했던 홍구를 지나면서 지은 시

과홍구(過鴻溝)의 마지막 구절에서 유래되었다.

 

항우와 유방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다가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기로 합의하고 싸움을 멈췄다.

항우는 초나라 도읍인 팽성을 향해 철군하기 시작했고,

유방도 철군하려 하자 참모인 장량 진언했다.

 

"초나라는 군사들이 몹시 지쳐 있고 군량마저 바닥이

났다. 지금이야말로 하늘이 초나라를 멸하려는 것이니

당장 쳐부셔야 한다. 지금 치지 않으면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는 꼴이 것이다."

 

이에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초나라 군대를 추격했고,

해하에서 항우를 격퇴하고 천하통일을 이뤘다.

장량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이같은 건곤일척의

승부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조 유방은 장량이 군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승리를 결정짓는다며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삼국지에서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동한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제안했다.

제갈량이 구상한 천하삼분지계는 북쪽은 천시

(天時)차지한 조조에게, 남쪽은 지리(地利)

지한 손권에게 각각 양보하고,

유비는 인화(人和)바탕으로 형주와 서천을 취해

세 개의 솥발이 솥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것과 같은

정족지세(鼎足之勢)이뤘다가 훗날 중원을

도모한다는 큰 그림이다.

 

이는 지금 당장은 일인자와 경쟁을 없지만 유력한

이인자와 힘을 합해 일인자를 견제한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틈새시장 (니치마켓, Niche market)전략이라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역시

큰 그림을 그려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맥아더는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일거에 적의 병참선을 무너뜨리고

낙동강 전선에서의 반격과 서울 탈환 및 북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큰 그림을 그린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나라 말기 최초의 농민 반란인 진승 오광의 난을

일으킨 진승의 경우가 그렇다.

 

燕雀安知 鴻鵠之志 (연작안지 홍곡지지)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

 

평범한 사람은 영웅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진승이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암시했던 말이다.

 

王侯將相 寧有種乎 (왕후장상 영유종호)

왕이나 제후, 장군, 재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

 

사람의 신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 달라질 있다고 진승이 농민반란을 일으키며

말이다.

 

평민 출신인 진승은 그림을 그리며 농민반란을

일으켰지만 그림을 실천하는 역량이 부족했다.

진승은 나라 이름을 장초(長楚) 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다른 제후들이나

장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반란은 년을 넘기고

실패로 끝났다.

 

큰 그림 자체를 그리지 못해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

진 경우도 있다.

초패왕 항우는 초한전쟁에서 70여 차례나 승리를 거두고도

해하전투 단 한 차례의 패배로 천하통일의 기회를 유방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이번 회담을 위해

정상은 모두 픽처,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아무쪼록 정상이 그린 그림이 조화를 이뤄 , ,

삼국이 상생하는 좋은 결실을 맺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모두는 자기 나름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멀리 보아야 하고, 나무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숲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주어진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 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면 일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지고

결과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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