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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의 엉킴

물아일체 2019. 6. 1. 07:34

칡과 등나무는 같은 콩과 식물이지만 칡은 자라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는 반면,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줄기를 감아 올라간다.

따라서 이 두 식물이 한번 얽히게 되면 좀처럼 풀기가

어렵다.

 

이처럼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화합하지 못하고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를

"칡 갈()"자에 "등나무 등()"자를 합쳐서

갈등이라고 한다.

 

갈등의 유형에는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하는 대중가요 가사나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연극 햄릿의 독백 같은

개인적 갈등도 있지만, 그 해결이 어렵고 후유증이

큰 것은 다수 국민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갈등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념, 세대, 성별, 계층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갈등은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를 뿐만

아니라 갈등이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고 국민을

사분오열로 갈라놓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 갈등이 만연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과

언론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킨 탓도 크다고

하겠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개인이나 조직에 긴장감을

줌으로써 활력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갈등의

순기능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만일 갈등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그 해결을

위한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民無信不立 (무신불립}

백성들이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足食, 足兵,

民信之矣, 족식, 족병, 민신지의)"

"이 세가지가 여의치 않다면 가장 먼저 군대를

버리고, 다음은 식량을 버려라. 백성들에게 신뢰를

잃으면 잠시라도 설 수 없다. (去兵, 去食,

民無信不立, 거병, 거식, 민무신불립)"라고 말했다.

 

공자는 먹고 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전쟁이

일상화되어 생존 조차 보장 받을 수 없었던

불확실성의 시대에 신뢰를 끝까지 지켜야 할

정치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立木得信 (입목득신)
작은 일에서부터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이다.

백성들의 신뢰를 중요시한 것은 유가 뿐만 아니라

법가 사상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나라의 개혁가 상앙은 법을 집행하기에 앞서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문 앞에 그리 크지 않은 나무 기둥을 세워

놓고 그것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준다고 했다. 반신반의하던 백성 가운데 한 명이

기둥을 옮겼고, 상앙은 약속대로 거금을 주었다.
이를 본 백성들 사이에는 나랏일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싹트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사이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 보다 필요할 것이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같음을 강요하지 않고,

소인은 같음을 추구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조화는 다름, 차이,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봄 가을의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까닭은

다양한 꽃들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다름, 차이가 결코 생각의 옳고 그름은 아니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건전성과 발전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협함이 갈등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은 갈등의 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민들 또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포용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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