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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후계자

물아일체 2019. 3. 15. 09:57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결코 천하가 손해를

볼 수는 없다.

내가 아들 단주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면

단주 한 사람은 이로울지 모르지만 천하가 손해를 본다.

그러나 내가 순()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면

단주 한 사람은 손해를 볼지 모르지만 천하가 이롭다."

 

아들인 단주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순 임금을

후계자로 삼았던 고대 중국의 () 임금이 한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 오제본기에 나오는 내용으로,

지금으로부터 오천 년 전의 일이었다.

 

능력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자기 자식에게

선뜻 회장이나 사장 자리를 물려주는 재벌 오너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百年成之不足 一旦敗之有餘

(백년성지부족, 일단패지유여)

일을 이루는 데는 백 년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데는 하루도 남음이 있다.

 

자칫 잘못 세운 후계자 한 명이 전임자가 힘들게

이뤄놓은 업적을 하루 아침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

후계자 선정과 육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공자의 후계자 선정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자가 말했다.

"吾道一以貫之 (오도일이관지),

나의 도()는 한 가지 이치로 일관되어 있다."

다른 제자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아무 말도 않고

침묵했지만, 증자는 "! 그렇습니다." 하며

주저 없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에 공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고,

다른 제자들이 증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증자가 말했다.

"夫子之道 忠恕而已矣 (부자지도 충서이이의),

선생님의 도는 충(, 충직함)

(, 관용 또는 배려)일 뿐입니다."

 

마치 석가모니가 아무 말 없이 연꽃 하나를

집어 들자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의아해했으나 제자 가섭은 그 뜻을 이해하고

미소를 지었다고 하는 '염화시중(拈華示衆)'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증자와 가섭은 공자와 석가모니의 수제자로

스승의 뜻을 후세에 널리 전파함으로써

유교와 불교라는 찬란한 문화가 꽃 피게 하는

역할을 했다.

 

不孝有三 無後爲大 (불효유삼 무후위대)

불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를 이을 후손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불효이다.

 

맹자의 말인데, 예로부터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후계자를 두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나머지 두 가지 불효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모를 불의에 빠뜨리는 것과 부모가 가난하고

연로한데도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절대 권력자들은 후계자를 경쟁관계로

인식해 후계자를 키우는데 인색했다.

대표적인 예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는데,

그는 결코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아 늘 견제했다.

 

이런 절대 권력자 밑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유능해도 안되고 너무 무능해도 안되었기에

처신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오늘날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후계자를 육성하는 일이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무엇 보다 중요하다.

 

GE, 모토롤라, HP, 3M 등 장수하는 기업들은

차기 최고 경영자를 육성하는 내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다양한 육성과정과 검증을 통해 선발된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우리나라 일부 재벌기업의 젊은 2, 3세 오너들이

갑질 횡포 등으로 후계자 리스크를 키우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창업주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으킨 후에는

수성이 관건이다. 우리 기업들도 후계자의 육성과

검증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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