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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여론, 민심, 천심(天心)

물아일체 2019. 1. 3. 10:03

국민을 통제하는 것은 지배자의 권력이다.

하지만 그 지배자의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바로 여론이고 민심이다.

동서고금의 어떠한 지도자도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성공한 예는 없다.

 

順天者存 逆天者亡 (순천자존 역천자망)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살아남고,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

 

맹자가 한 말이다. 여기서 천()은 곧 민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는 인()과 의()를 해치는 군주는 군주가 아니라

시정잡배에 불과하므로 역성혁명(易姓革命)을 통해

지도자를 교체하는 것은 천명을 받드는 일이라고 했다.

 

맹자의 역성혁명론은 불법적인 권력에 대한

시민의 저항권을 인정하는 현대 민주주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君舟民水 (군주민수)

水能載舟 亦能覆舟 (수능재주 역능복주)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순자에 나오는 내용인데, 국민을 무서워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될 만하다.


오늘날처럼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다양한

수단이 없었던 고대국가에서는 백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노랫말이 민심을 파악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했다.

 

군주는 거리에 나도는 노래 가사들을 모아 민심을

짐작하고 통치에 반영했다.

오경 가운데 하나인 시경 고대 중국의 백성들 사이에

회자되던 시가(詩歌)를 모은 책이다.

 

조선 숙종 때 인현왕후 민씨를 폐출하고 장희빈을 왕후로 봉하자

백성들 사이에는 이를 빗대어 "장다리는 한 철이요,

미나리는 사철이다."라는 가사의 노래가 회자되었고,

결국 숙종이 잘못을 뉘우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防民之口 甚於防川 (방민지구 심어방천)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 보다 더 어렵다.

 

냇물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둑이 무너지고 막혔던 물이 범람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여론과 민심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통되어야 한다.

 

오늘날 정권에 대한 여론은 흔히 지지율이라는

수치로 표시된다.

대부분의 정권들이 출범 직후에는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높은 지지율로 국정 운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악재가 하나 둘 불거지고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지지율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한 때 80%를 넘게 치솟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역시

최근에는 40%대 중반까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번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은 무엇 보다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큰 때문으로 보여진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어야

여론도 좋아진다.

 

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

 

無恒産者 因無恒心 (무항산자 인무항심)

항산이 없으면 그로 인하여 항심을 잃게 된다.

 

맹자는 백성들이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일정한

소득이나 직업이 있어야 어려움에 처해도

()으로 치닫지 않는다고 보고,

위정자는 무엇보다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되게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과 민심은 종종 같은 의미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여론과 민심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여론은 개인의 이해관계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민심은 인간으로서의 양심이나

()에 대한 보편적 성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따라서 여론은 국민 개개인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가짜 뉴스나 인터넷 댓글 등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민심은 단기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과 언론, 각종 이익집단들은 여론의

면적 흐름만을 보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바닥을 흐르는

시대적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했다.

국민 스스로도 의식수준을 높여 건전한 여론과

민심을 형성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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