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고,
친구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전부 잃은 것이다.
병석에 누워 본 사람은 숟가락을 들 수 있는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안다.
이처럼 중요한 건강이지만 병이 들어서야 비로소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有錢常備無錢日 安樂須防官病時
(유전상비무전일, 안락수방관병시)
돈이 있거든 항상 돈이 없는 날에 대비하고,
편안하고 즐겁거든 모름지기 아플 때를 대비하라.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명심보감의 글귀이다.
누구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소망하지만
병은 사람이 사는 동안 피해갈 수 없는
고통 가운데 하나이다.
건강과 병 그리고 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면 동양 의술의
원조는 편작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는 편작의 전기가 실려 있는데,
죽은 사람도 살려 낸다는 주나라 시대의 명의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사기 편작열전에는 어떤 명의도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 불치병인 '육불치(六不治)'의 사람들이
있다고도 기록하고 있다.
첫째, 교만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
둘째, 몸 보다 돈과 재물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사람
셋째, 먹고 입는 것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
넷째, 음양의 균형이 깨져 오장의 기(氣)가 안정되지
않는 사람
다섯째, 몸이 너무 쇠약해 도저히 약을 받아들일 수 없
는 사람
여섯째,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육불치'라고 했다.
자신의 심신에 병이 생긴 것 같으면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전문가인 의사를 찾아 상담해야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요지이다.
편작의 두 형도 모두 훌륭한 의사였다. 다만 두 형은
막내인 편작 만큼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위나라 문왕이 짓궂게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삼형제 가운데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
편작이 대답했다.
"큰 형님이 가장 훌륭하고, 그 다음은 둘째 형님,
나는 그 다음이다."
문왕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 당신이 가장 유명한가?"
이에 편작이 말했다.
"큰 형님은 병세가 나타나기 전에 그 원인을
제거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무슨 병을 미리
치료해 화근을 막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그의 명성이 알려질 여지가 없다.
둘째 형님은 병이 발작하는 초기에 치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의술이 작은 병을
치료할 정도로만 여기고, 그의 명성은
고향 마을에서 소문이 날 정도이다.
그에 비해 나는 병세가 아주 위중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병을 치료한다. 사람들은 내가 침을 놓고
큰 수술을 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나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여겨 명성이 전국에 퍼지게
된 것이다.
위 문왕은 편작의 말에 그럴 수 있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삼국지에는 당대 최고의 명의로 의성(醫聖)의
경지에 오른 화타가 등장한다.
화타는 한나라 말기 사람으로 의술이 뛰어나
신의(神醫)라 불렸는데, 특히 외과 기술이 절묘했으며,
최초로 마취제를 발명했다고도 한다.
조조와 화타는 같은 고향 출신으로, 조조는 늘 두통이
있었고 이따금 발작을 일으키는 탓에 화타를 불러
침을 맞기도 했다. .
그러나 화타는 조조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는데,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조조가 화타에게 자신의 주치의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화타가 아내의 병 간호를 구실로 거절하자
죽였다고 하는 설과
화타가 조조의 머릿속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예리한
도끼로 두개골을 쪼개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의심한 조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의사는 환자가 자신을 믿게끔 신뢰감을 주어야 하고,
환자는 의사를 믿어야 한다.
그런데 조조와 화타의 관계는 실패한 의사와 환자의
사례라고 하겠다.
화타는 조조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고, 조조는 화타를
불신했다. 결국은 화타도 죽고, 조조도 죽었다.
삼국지에는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어깨를
수술하는 장면도 나온다.
소설에서는 관우가 부하인 마량과 태연히 바둑을 두면서
화타의 치료를 받았다고 했지만, 화타는 그로부터 이미
십여 년 전에 조조에게 죽임을 당했으므로 실제로 관우의
팔을 치료한 의사는 화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
화타는 건강을 위한 체육활동을 중요시해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 등 다섯 가지 동물의 동작을 본 딴 오금희
(五禽戱)라는 체조도 만들었는데, 오늘날까지 전해져
중국과 한국에는 오금희를 연마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과학기술과 의술의 획기적인 발달로 인해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크게 늘어났지만,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강나이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질병관리 보다 건강관리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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