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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물아일체 2018. 10. 20. 07:52

창업은 어떤 사업을 시작하는 것, 일으키는 것을 말하고,

수성은 이루어 놓은 성과를 잘 지키는 것을 말한다.

 

국내 주요 재벌그룹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통업을 중심으로 순조로운 성장을 해 오던 롯데가

2세들의 경영권 분쟁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의 배임,

횡령 등 비리와 전 정권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까지

더해져 창업 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국적 항공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온

한진 또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땅콩회항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와 경영비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어느덧 창업 2세를 넘어 3, 4세 경영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제 정경유착, 불법과 탈법,

갑질 행태 같은 구시대의 악습을 털어내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몰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하겠다.

 

戰勝易 守勝難 (전승이 수승난)

싸워서 이기는 것은 쉬워도 그 승리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

 

조선시대 무과에 급제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했던

병법서 가운데 하나인 오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오자병법을 지은 오기 장군은 전국시대 위나라 출신으로

손자에 비견될 정도로 병법의 대가였는데, 76 64

12무의 전적이 말해주듯 싸웠다 하면 승리를 거둬

상승장군(常勝將軍)으로 불린 인물이다.

 

한때 융성했던 제국과 권세를 부리던 사람들 그리고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기업들이 한 순간 쇠락의 길로 떨어진

경우를 보면 승리도 어렵지만 그 승리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고조 유방은 창업과 수성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했던

군주 가운데 명이다,

그는 창업 과정에서는 인재를 널리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천하통일을 이룬 수성의 단계에서는

토사구팽의 냉혹한 모습을 보였다.

 

고조 유방의 책사로 학식이 높았던 육고는 황제에게

말이 있으면 유가의 경전을 인용하곤 했다.

 

무식한 건달 출신인 유방은 그런 육고를 성가셔 하며

화를 냈다.

"나는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시경이나 상서가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이에 육고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可以馬上得天下 不可以馬上治天下

(가이마상득천하, 불가이마상치천하)
"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천자를 내쫓고 천하를

얻었지만 민심에 따라 나라를 지켰다.

그러나 오왕 부차는 무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다 나라를

잃었으며, ()나라는 가혹한 법과 형벌만 믿었다가

역시 멸망했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어진 정치를 펼치고 성인을

본받았다면 지금 폐하께서 어떻게 천하를 차지할

있었겠는가?"

육고의 논리 정연한 말에 황제인 유방도 수긍하지 않을

없었다

 

易創業 難守成 (이창업, 난수성)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쉬우나 지키는 것은 어렵다.

 

당 태종과 그를 보좌한 신하들의 대화를 기록한 정관정요에는

난세에 필요한 창업의 논리와 치세에 통용되는 수성의 논리가

담겨 있다.

 

당 태종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창업과 수성 가운데 어떤 것이 어려운가?

신하인 방현령은 "창업이 더 어렵다"고 대답했고,

위징은 "수성이 더 어렵다"고 했다.

 

당 태종은 “사서를 읽어보면 옛 제왕 가운데 교만하고 자만심에

가득 차 실패한 사례가 많다.”며 위징의 말에 공감했다.

 

태종은 창업의 시기가 지났으니 수성이 어렵다고

했겠지만, 실제로는 창업이나 수성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창업에는 과감한 결단력과 강력한 추진력이 요구되고,

수성을 위해서는 화합하는 포용력과 합리적인 판단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사람이 가진 능력과 장단점, 업무 스타일에 따라

창업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성에 알맞은 사람이

있다.

 

요즈음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새롭게 적응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수성이 더욱 힘들 있다.

 

百年成之不足 一旦敗之有餘

(백년성지부족, 일단패지유여)

일을 이루는 데는 년도 부족하지만,

한번 그르치면 나절의 시간도 남는다.

 

天無三日晴 地無三里平

(천무삼일청, 지무삼리평)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삼 일 동안 쾌청한 날이 없고,

아무리 땅이 평평해도 삼 리 이상 평평한 땅은 없다.

 

수성을 어렵게 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만심과

교만이라는 내부의 적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어렵게 일궈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있다.

 

창업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는 불망초심(不忘初心)

바른 길로 가는 정도(正道)야말로 수성을 위한 최고의

방책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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