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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큰 도둑을 잡아라

물아일체 2018. 9. 9. 20:43

요즈음 개들은 도둑을 봐도 짖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도둑들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자기에게 밥을 주는 주인 조차도 도둑이어서

차마 짖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 사회를 풍자한 우스갯소리이다.

좀 썰렁하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도둑에는 큰 도둑과 작은 도둑이 있다.

작은 도둑은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지만, 큰 도둑은 축재를 위해 도둑질을 한다.

작은 도둑은 개인의 재물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나라의 재물을 훔친다.

 

나라에 작은 도둑들이 많아지는 것은 큰 도둑들이 많기 때문이다.

큰 도둑이 없어지면 작은 도둑은 자연히 사라진다.

 

전국시대의 장자는 "혁대 하나를 훔치면 사형에 처해지지만, 나라를 훔치는 자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산다.”고 했다.

 

한나라 무제 때의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 백이숙제열전에서

"백이와 숙제는 어질고 행실이 깨끗했지만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고,

유명한 도적인 도척은 날마다 없는 사람을 죽이고 인육으로 회를 정도로

악행을 저질렀지만 평생 살면서 장수를 누렸다.

천도 시야 비야(天道是耶非耶), 하늘의 도는 과연 옳은 것인가 틀린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보다 앞선 춘추시대 노자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긴 보이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 했는데,

과연 우리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는지 회의가 때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나라를 훔치는 큰 도둑이란 힘으로 나라의 통치권을 빼앗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랏일을 담당하는 관리가 그 권한과 영향력을 이용해 뇌물 같은 사익을 챙기는

경우는 물론, 국민이 낸 세금인 나랏돈을 횡령하거나, 국민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봉급만 축내는 사람들 역시 나라를 훔치는 큰 도둑이다.

 

공자는 "나라 살림을 해야 할 관리들이 제 살림하기에 급급하면

그 나라는 도둑을 가슴에 품고 있는 꼴이 되고, 관리들이 부자로 살려고 하면

강도를 모시고 사는 꼴이 된다"고 했다.

 

영조 때의 문신 심익운은 외출했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머슴이

뱀을 잡았다가 놓아주고, 작은 뱀은 잡아서 죽이는 장면을 보았다.

 

연유를 물었더니 머슴은 “큰 뱀은 () 있어서 죽일 없다.

죽이면 사람에게 앙갚음을 한다. 작은 뱀은 아직 어려서 죽이더라도 사람에게

앙갚음을 못한다.”고 말했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도둑들은 오히려 보란 듯이 살고,

이른바 생계형 좀도둑은 벌을 받는 모순된 현실을 뱀과 작은 뱀의 경우를 들어

꼬집은 일화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민본사상가인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생활 때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그로 인한 백성들의 처참한 생활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그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개혁의 방안을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의

저서에 담았다.

 

정약용은 직책이 높아지면 권한도 커져 도둑질의 규모도 커지므로

도둑에게는 벌을 엄하게 하고, 작은 도둑들에게는 작은 벌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막중한 책임을 지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자들의 범죄는

참으로 무서운 범죄라고 하면서 큰 도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모두 죽게 된다고 했다.

 

조선이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근본원인은 조선 후기 관리들의 부패와

민심 이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 고위직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럴 때면 인사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예수도 청문회를 통과할 없을 것이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하지만, 인사실패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인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깨끗하고 양심적인 사람을 찾는 일을 포기해서는 된다.

작은 비리를 눈감아주기 시작하면 공직 윤리가 무너지고,

결국에는 합법과 정상, 상식은 실종되고 불법과 반칙, 변칙이 사회에 만연하게

것이다.

 

국가투명성은 나라의 윤리와 도덕의 수준을 나타낸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투명성은 세계 중하위권이다.

이처럼 투명성이 낮은 것은 생계형의 작은 도둑들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훔치는 축재형 도둑들 때문이다.

 

渴不飮盜泉水

(갈불음 도천수)

아무리 갈증이 심해도 도천의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

도천은 산동성 사수현 동북쪽에 있다고 하는데,

곳을 지나던 공자는 몹시 목이 말랐지만 샘물을 마시지 않았다.

도둑의 샘물을 마시는 조차도 군자로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도둑이 없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고 지칠 때면 원칙을 버리고 쉽게 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싶다. 그러나 그 유혹을 이겨냈을 때 삶은 빛난다.

 

국민의 재물을 훔치는 도둑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행동으로

국민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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