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제갈량 10

12.3 비상계엄, 천우신조(天佑神助)? 천추(千秋)의 한(恨)?

하늘이 돕고 신이 돕는다는 의미의 천우신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성사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극적으로 벗어나는 경우에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에 반해 천추의 한은 천 년을 품을 만큼 가슴에 맺힌 억울하거나 후회되는 일을 뜻한다.  천우신조와 천추의 한은 별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같은 일을 두고 당사자 가운데 한 쪽은 천우신조였다며 고마워하는 반면, 다른 쪽은 천추의 한으로 원망하는 경우도 많다.  鴻門之宴 (홍문지연) > 홍문의 연회는 중국의 역사를 바꾼 술자리로, 초한전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유방이 진나라 수도인 함양에 먼저 입성하자 항우는 대군을 이끌고 함곡관을 단숨에 격파한 뒤 함양에서 멀지 않은 홍문에 주둔했다.  초나라 회왕이 함양에 먼저 입성하는 사람을 관중의 왕으로 삼겠..

클래식 단상 2025.01.13

효(孝),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고, 이밀의 진정표(陳情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촉(蜀)의 제갈량이 나라의 운명을 건 북벌에 나서면서 황제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가 충의 표상이라면  제갈량과 같은 시기에 살았던 이밀이 진(晉) 황제 무제가 내린 관직을 사양하며 올린 진정표는 효행의 명문으로 손꼽힌다. 네 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이밀은 관직을 맡으라는 황제의 명령에 까마귀를 예로 들며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 까지  곁에서 봉 수 있게 해달라고 진정했다.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구구절절 스며있는 진정표에 황제 무제도 감동해 자신의 뜻을 거두었다. 어린 까마귀가 성장한 뒤 늙은 어미 까마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처럼 어버이 ..

클래식 단상 2025.01.10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이곡과 관우의 '낭중취물(囊中取物)'

'낭중취물(囊中取物)'은 '주머니 속의 물건을 가져온다'는 뜻으로,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꺼내 오는 것처럼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 또는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손바닥을 뒤집는 일처럼 쉽다', 또는 '누워서 떡 먹기'라는 우리말과 같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낭중취물'은 중국의 5대 10국 시대 때 산동성 지역에 사는 절친한 친국 사이인 한희재와 이곡이라는 사람의 대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5대 10국 시대는 당나라가 멸망한 후 송나라가 건국 될 때까지의 혼란기에 해당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후당 명종때, 한희재가 강남의 오나라로 떠나게 되자, 이곡은 그를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고 송별을 아쉬워했다. 술을 마시면서,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희재가..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제갈량의 '탄금주적(彈琴走賊)'

AD 228년,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유비의 뒤를 이은 어린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를 치기 위해 출정한 1차 북벌 때의 일이다. 제갈량의 군대는 마속 장군의 경솔한 작전으로 군사적 요충지인 가정을 위나라 군에 빼앗기자 서둘러 철수준비를 했다. 제갈량은 모든 장수들에게 철수명령을 내린 다음, 남은 5천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성(西城)으로 가서 군수 물자 운반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때 위군 대도독 사마의가 15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성으로 공격해 온다는 그 급보가 전해졌다. 당시 서성에는 장수는 한 명도 없고 단지 문관이 인솔하는 5천의 병력이 있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군량을 수송하러 나가는 바람에 성안에는 겨우 2500명 정도만 있었다. 소식을 들은 제갈량이 병사들에게 명령..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삼국지 제갈량의 '아심여칭(我心如秤)'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 제갈량의 말에서 유래한 '아심여칭(我心如秤 나 아, 마음 심, 같을 여, 저울 칭)'은 나의 마음은 저울과 같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공평무사 해서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익을 개입시키지 않고 법대로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제갈량은 뛰어난 지략가이자 정치가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상벌을 공정하게 시행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위, 촉, 오, 삼국 가운데 촉(蜀)의 내부에는 형주 세력, 동주 세력, 익주 세력 등 큰 파벌이 세 개나 존재하면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더구나 촉의 황제 유비가 이릉 전투에서 오나라 장군 육손에게 대패한 뒤 백제성에서 병사하고, 어린 아들 유선이 그 뒤를 이었지만, 아직 체제가 허약했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승상인 제갈량은..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이밀과 '반포지효(反哺之孝)'

이밀은 AD 3세기경 중국 진(晉)나라 사람이다. 진나라는 삼국시대 위왕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 (중달)의 손자 사마염(무제, 武帝)이 삼국을 통일할 즈음에 세운 나라이다. 이밀은 원래 유비가 세운 촉한(蜀漢)에서 벼슬을 했던 인물인데,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네 살 때 어머니도 재가하여 조모 유씨 손에 자라 조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다. 촉한이 유비의 아들 유선 때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자 진의 황제 무제(사마염)는 이밀의 학문과 인품을 높이 사 그에게 벼슬을 주려 하였다. 그런데, 이밀에게는 90세가 넘은 조모가 있었다. 이밀은 황제의 명을 따를 수 없는 사정을 글로 적어 무제에게 올렸으니 이것이 유명한 이다. “신 밀은 올해 마흔넷이고 조모는 96세이니, 신이 폐하께 절의를 다 할 ..

고전에서 배운다 / 제갈량과 사마의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에서 전반부의 두 축이 유비와 조조라면, 이들이 죽은 뒤 소설 후반부의 흥미와 긴장감을 이어가는 두 축은 제갈량(공명)과 사마의(중달)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삼국지는 가히 제갈량 전기라고 할 만큼 제갈량 찬가로 가득하다. 소설 속 제갈량은 신출귀몰한 전략과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 혜안, 진법은 물론이고 풍수부터 천문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되어 있다. 제갈량은 촉 황제 유비와 유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활약을 하는데 반해, 사마의는 줄곧 위 황제들의 의심과 신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사마의는 조조, 조비, 조예, 조방까지 4대를 보필하면서, 손자인 사마염이 진나라를 세우고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제갈량과 사마의 두 책사를 비교할 때 사마의..

고전에서 배운다 / 마속과 젊은 야당 대표

馬氏五常 白眉最良 (마씨오상 백미최량) 마씨 오형제 가운데 눈썹이 흰 마량이 가장 낫다는 의미로, 이 문장에서 유래한 '백미(白眉)'는 어떤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言過其實 (언과기실)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앞세우고 실력은 그 말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이른다. 泣斬馬謖 (읍참마속) 제갈량이 울면서 측근 장수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뜻으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의미이다.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고사성어들이다. 227년, 제갈량은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를 공격하는 1차 북벌에 나섰다. 제갈량은 전략상의 요충지 가정을 지킬 장수로 측근인 마속을 보내면서 가정의 길목을 지켜 적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비하라고 명령했다. 그러..

살리에르 증후군과 이인자 콤플렉스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지만, 천재와 범재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1%의 타고난 영감이다. 그 1%가 범재들에게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처럼 느껴진다.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일인자를 넘어설 수 없다는 열등감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인자의 콤플렉스를 말한다. 이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껴 좌절했던 음악가 살리에르의 경우에서 유래되었다. 실제와는 많이 다르지만 영화에서 그려진 살리에르는 모짜르트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하며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라고 신을 원망한다. 영화 속 살리에르처럼 일인자를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흔한 일이며, 역사에서도 여러 부류..

클래식 단상 2019.06.19

빅 픽처, 큰 그림을 그려라

"Boy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학창시절에 많이 들었던 이야기로, 청소년들에게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갖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조언이다. 빅 픽처(Big picture), 큰 그림은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건축가의 설계도면과 같고, 탐험가의 지도와 같다고 하겠다. 빅 픽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수가 바둑을 둘 때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돌을 놓는 것처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장기적인 전략이나 비전을 세우는 일이다.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처'가 출간된 이후 큰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요즈음엔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친숙한 표현이 되었으며, ..

클래식 단상 201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