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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제우스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에우로페

물아일체 2023. 6. 15. 04:00

에우로페(Europe)는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의 딸이었다. 

페니키아어로 '에우로'는 '크다', '오페'는 '눈'이라는 뜻이

있는데, 에우로페는 그 이름처럼 크고 아름다운 눈을 지닌

공주였다.

 

'유럽'이라는 대륙의 이름과 목성의 위성 '유로파'라

이름은 '에우로페'에서 따온 것이다.

 

에우로페 신화를 소재로 한 유럽 여러 나라의 우표들

 

 올림포스의 제왕신이자 천하의 난봉꾼 제우스는 세멜레,

이오, 다나에 등 수없이 많은 여인 또는 여신들과 사랑을

나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에우로페라고

할 수 있다.

 

에우로페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서 시녀들과 꽃을 꺾으며

놀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제우스는 에우로페에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을 한 뒤 에우로페가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에우로페는 호기심에 황소에게 다가갔고, 하얗고 멋진

황소는 기다렸다는 듯 에우로페의 발치에 엎드렸다.

그 모습에 경계심이 완전히 풀린 에우로페는 황소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황소는 순식간에 돌변해서 바다로 질주했다.

놀란 에우로페가 소리를 질렀고, 시녀들도 황급히

뒤따라갔지만 에우로페를 등에 태운 황소는 순식간에

바다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16세기 베네치아 화가 티치아노가 그린 '에우로페의 납치'

 

 에우로페를 등에 업은 황소, 즉 제우스는 한참 동안

바다를 헤엄쳐서 어느 섬에 도착했다.

그 섬은 바로 크레타 섬으로, 제우스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섬이었다.

섬에 도착한 황소는 제우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에우로페와 사랑을 나누었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보통 한 여자에게서 한 명의

자식만을 낳았는데, 에우로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때문인지 제우스와 에우로페와의 사이에서는 무려

세 명의 아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인간과 신이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늘 함께

있을 수는 없기에 제우스는 자신이 떠나고 난 뒤

혼자 남겨질 에우로페를 걱정해 그녀를 크레타의 왕인

아스테리오스와 결혼을 시켰다.

 

그리고는 에우로페에게 과녁을 빗나가지 않는 창과

절대로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사냥개, 그리고 이방인의

침략으로부터 섬을 지켜줄 청동 인간 탈로스를

결혼 선물로 주었다.

제우스가 이렇듯 한 여인에게 진심이었던 적은 없었다.

 

에우로페와 결혼한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는

마음이 무척이나 너그러운 사람이어서 에우로페의

세 아들의 양아버지가 되어 아이들을 정성껏 보살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훗날 에우로페의 첫 째 아들인

미노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크레타의 왕이 된 미노스는 지중해 동쪽 전역을

지배하는 세력을 형성했다.

그가 다이달로스를 시켜 짓게 한 미로의 궁에

반은 인간이고 반은 황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것은 유명하다.

 

 

서양 문명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리스 문명을

키운 고대 문명은 크레타 섬에서 출발한 미노아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크레타 섬은 유럽과 소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해양 삼각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찍부터 해상

무역이 발달했다.

 

그래서 근처 고대 이집트와 오리엔트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여 찬란한 미노아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는데,

미노아라는 명칭은 크레타 섬의 신화 속 군주인

미노스 왕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오리엔트 지방에서는 황소를 신성한 동물로

숭배했는데, 이러한 풍습은 크레타인들에게 전파되었고,

이스라엘인들에게도 전해졌다.

 

구약성경에서 이집트를 탈출 한 후 시나이 반도의

광야에 머물던 모세를 분노하게 만든 출애굽기의

황금 송아지 숭배 이야기도 여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 'A'의 소문자인 

' α(알파)'는 소머리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나타났다는 에우로페 신화는

이러한 오리엔트 지방의 역사와 풍속을 바탕으로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