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오.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난 과거를 생각하지 않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다만 영원한 현재 뿐이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해 준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 보다 더 사랑한다."
"그 사람이 그린 나무들은 매일 주변에서 보는
흔한 나무들이었는데, 그림을 보고 난 뒤로는
나무들이 영 달라 보이더군요.
마치 거기에 끝내 잡히지 않는 영혼이나 신비가
숨어 있는 것처럼요.
색체들은 눈에 익은 색체들이었지만 저마다 어떤
고유의 의미를 갖고 있었어요."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의 '달과 6 펜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달과 6 펜스'는 증권회사에 다니던 스트릭랜드라는
한 남자가 갑자기 예술적 충동에 사로잡혀 자신의
안락한 현실을 버리고 화가가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원래 주식 중개인이었으나 중년의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으로 가서 원주민
여인과 살다가 병으로 죽는다는 점 등에서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한 소설로
인정되고 있다.
작품 제목의 '달'은 높은 이상 또는 꿈, 즉 예술세계를
상징하고, '6 펜스'는 당시 영국에서 유통되던 가장
소액의 동전으로, 물질 즉 현실세계를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채 죽는 날까지 꿈의 실현을 추구하는
열정은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꿈과 현실간의 갈등 또는 양자간의 부조화로
인한 비극은 늘 있어왔기에, 달의 세계로 갈 것인가
아니면 6 펜스의 세계에 머물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인생관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發憤忘食 樂以忘憂 (발분망식 낙이망우)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그 즐거움으로 인해
근심 조차 잊는다.
클래식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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