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신의 외모나 능력 등이
남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믿거나 자신의 그러한 측면을
사랑하는 자기 중심적 성격 또는 행동을 말한다.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에서 샘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다가 죽은 뒤 수선화가 된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이 애틋한 사연의 그리스 신화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고위 공직자 사태를 계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며, 건전한 나르시시즘은 개인의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이 지나치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특권의식을 갖게 되어 원만한 인간관계를
저해하게 된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보다는 적반하장 식의 언행으로
상대를 지배함으로써 자존심을 세우려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내로남불은 나르시시즘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나르시시즘의 사람들은 "나는 절대적 정의이고 선이며,
나를 반대하는 세력은 불의이고 악이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羞惡之心義之端也 (수오지심 의지단야)
無羞惡之心非人也 (무 수오지심 비인야)
그릇된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의(義)의 근본이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맹자가 한 말이다.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과염선치
(寡廉鮮恥)의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지난 고위 공직자 사태 때
그의 위선과 이중성에 분노하고 가슴에 화병이 들었지만
당사자인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나르시시즘이 강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에 인색하다.
그들은 여론이 들끓으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 한 마디를 던지지만, 그 말에서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잘못을 하고도 이를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뒤에 믿는 구석이 있거나, 상대방의 인격은 무시해도
된다는 교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생각 때문이다.
결국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로남불과 같은
의미이며, 나르시시즘과도 맥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이 드물다 보니
상대방도 용서를 모르게 된 것이 요즘 세태이다.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과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의
갈등은 정면대결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고위 공직자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극한 대립을 보이게 된 것은
이를 반증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하겠다.
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
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의)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많은 제자 가운데 특히 안회를 아꼈는데,
그것은 안회가 학문을 좋아하고(好學, 호학),
화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不遷怒, 불천노), 같은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이었다(不貳過, 불이과).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권이든 반성하지 않는다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
소크라테스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으며, 공자의 후계자 증자는 "나는 하루에 세 가지를
반성한다(日三省吾身, 일삼성오신)"고 했다.
(증자가 반성한 세 가지는 '일을 도모함에 성실했는가,
친구와는 신의가 있었는가, 배운 바를 제대로
실천했는가' 등이다.)
반성은 패자의 굴복이 아니라 자긍심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주도적인 행동이며,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의
목표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람들은 반성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반성하지 않는 빗나간 양심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나부터 잘못한 일에는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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