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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눈(雪) 오는 날

물아일체 2019. 2. 15. 17:24

올겨울 서울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드디어 서울에도 제법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남녘에서는 봄의 전령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오는

겨울의 끝자락에 서울은 나목(裸木)앙상한 가지에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다.

 

 눈은 온통 인공의 구조물로 가득 찬 도시를

순백의 자연으로 덮는다.

 

눈이 오는 날에는 괜스레 가슴이 설렌다.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던 동심 어린 옛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눈은 춥고 삭막한 겨울에 낭만의 옷을 입힌다.

김광균 시인은 '눈은 옛 이야기, 눈은 추억의 날개'라고

표현했다.

 

눈 오는 날은 유난히 아늑하고 적막하게 느껴진다.

눈의 결정구조를 보면 입자와 입자 사이에

많은 틈이 있어서 그것이 흡음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의 종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함박눈과 싸락눈이다.

대기가 따뜻하면 수분을 많이 함유할 수 있어

함박눈이 내리고, 대기가 차가우면 수분 함량이

적기 때문에 눈송이가 작은 싸락눈이 온다.

"함박눈 내리는 날은 거지가 빨래하는 날"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날씨가 따뜻한 것이 보통이다.

 

지난밤에 /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 길이랑 밭이랑

추워진다고 /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의 '')

 

옛사람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보리밭을

얼지 않게 덮어주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해서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이라며 반겼다.

 

중국에는 "겨울에 눈이 자주 와 밀밭이 세 겹의 이불을

덮으면 밀 풍년이 들고, 사람들은 찐빵을 베고 잔다."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온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눈이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땅 속 박테리아의 활동을 도와주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해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雪豊年之兆 (설풍년지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 옛사람들의 경험적 상식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柔弱勝剛强 (유약승강강)

부드럽고 여린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

 

눈이 많이 오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진 나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태풍이나 폭풍우도 견뎌냈던 나무들이

가볍고 부드러운 눈송이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물리적으로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대화와 타협 같은

유연한 대응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눈길을 걸을 때 먼저 간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걸으면 눈에 발이 덜 빠지고 편할 것 같지만

몇 걸음 걷다 보면 서로 보폭이 달라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성공한 사람을 무조건 흉내 내거나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세월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감정도

변하게 한다. 이제는 눈이 오면 교통불편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 도시인들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기심과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든 잘못과 탐욕을 덮어줄 것 같은

순백의 설경이 주는 넉넉함과 푸근함을

잠시나마 느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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