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

물아일체 2023. 8. 3. 04:00

 

모이라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세 명의 여신으로, 밤의 여신 닉스의 딸들이다.

이들 운명의 세 자매는 이야기의 중심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인간들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개입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모이라이'는 '각자가 받은 몫'이라는 뜻으로, 인간은

각자 주어진 운명의 몫이 있고, 그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이라이 세 자매는 지하세계에 머물며 각자 역할을

나누어 수행했는데, 맏이인 클로토는 베를 짜는

여신으로, 운명의 실을 뽑아낸다.

둘째는 라케시스로, 실을 나눠주는 여신이다. 

막내인 아트로포스는 운명의 실을 가위로 잘라 생명을

거두는 역할을 한다.

 

이들 운명의 여신 세 자매는 커다란 실타래와 가위를

들고 함께 다닌다.

사람이 태어나면 그때부터 운명의 실타래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가 큰 가위로 실을 잘라내면 생명도

끝이 나는 것이다.

 

 

모이라이 세 자매의 이런 역할들 때문에 실을 잣는

콜로토는 거미에, 운명을 결정하는 라케시스는 뱀에,

생명을 거두는 아트로포스는 허망한 삶을 상징하는

나방이나 애벌레에 비유되기도 한다.

 

또한, 클로토(Clotho)의 이름에서 clothes(옷)가,

라케시스(Lackesis)의 이름에서는 lottery(복권)이,

아트로포스(Atropos)의 이름에서는 atropine(아트로핀)

이라는 단어가 유래하기도 했다.

 

인간의 운명을 조종하는 모이라이 세 여신의 영역은

신들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었기에 올림포스 최고의

신 제우스 역시 모이라이의 결정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운명의 여신을 거역한다는 것은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이라이 세 자매에 관한 그리스 신화처럼 실타래를

인간의 생명줄로 보는 의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아이의 돌 잔칫날 실타래를 비롯한 책, 연필,

돈, 청진기 등 다양한 물건을 상 위에 올려놓고

아이로 하여금 그 중 하나를 잡도록 하는데, 이때

아이가 실타래를 잡으면 장수를 하게 될 것이라며

기뻐한다.

 

 

또한,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아기의 출생을 주관하는

삼신 할머니 이야기를 흔히 하곤 했는데, 삼신 할머니는

산모의 순조로운 출산과 태아의 건강을 관장하는 신으로,

그리스 신화 속 모이라이 세 자매와는 닮은 듯 다르다고

하겠다.

    < 조반니 안토니오 바치의 그림 '운명의 세 여신' >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 조반니 안토니오 바치

(Giovanni Antonio Bazzi), 일명 소도마(Sodoma)의

'운명의 세 여신'은 모이라이 세 자매의 역할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바닥에서 돌을 가지고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 뒤에

실을 잡고 있는 세 명의 여신이 서 있다.

이들은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로, 어린 아이들의

수명을 재단하고, 삶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앙의 여신은 오른손에 가위를, 왼손에는 실을 잡고

있다.

그 오른쪽에서 실타래를 들고 있는 여신은 아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왼쪽 실을 길게 풀고 있는 여신은

큐피드를 바라보고 있다.

 

큐피드는 사랑의 활시위를 잡고 있지만, 화살촉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이는 여신들을 향해 화살을

쏠 수 없다는 뜻으로, 세 여신이 독신임을 암시한다.

 

그림 왼쪽에서 실의 길이를 재고 있는 여신 뒤에 있는

또 다른 한 여신은 해골과 낫을 들고 있는데, 이는

죽음을 상징한다.  

가위와 낫은 인간 수명의 길고 짧음을 재단하는 일이

신의 영역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