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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운다

고전에서 배운다 / 이백의 한시 감상

물아일체 2022. 2. 9. 08:54

영원한 자유인 이백(701년 - 762년)은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지는 당나라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이다.

자는 태백이며, 호는 청련거사이다.

 

이백은 술의 신선인 주선(酒仙), 또는 하늘에서 

귀양  신선이라는 의미의 적선(謫仙)으로

불릴 만큼 술과 달을 좋아했으며, 그의 시에는 

술과 달이 자주 등장한다.

 

이백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시성(詩聖) 두보는 

"이백 일두 시백편(李白一斗詩百編),

이백은 술 한 말이면 시 백 편을 짓는다"며 

이백의 술 실력과 시작(詩作능력을 칭송한 바 있다.

 

이백은 술을 마시고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져 죽었으며, 죽은 뒤에는 '이백 기경 승천

(李白騎鯨昇天),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 山中問答 산중문답 >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 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 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 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 비인간)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사냐 묻길래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한가롭네

복사꽃 물에 떠 아득히 흘러가니

여기가 바로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라네

 

'산중문답'은 세속에 구속되기를 거부했던 이백의

자유로운 삶이 그려진 대표적인 작품으로,

극도로 절제된 언어 속에 깊은 서정을 응축해냈다. 

"소이부답", "별유천지비인간" 같은 표현은

우리가 일상에서도 종종 쓰는 친근한 문장이다.

 

< 靜夜思 정야사 >

 

前明月光 (상전 명월광)
疑是地上霜 (의시 지상상)
擧頭望明月 (거두 망명월)
低頭思故鄕 (저두 사고향)
침상머리 밝은 달빛

서리라도 내렸나
고개 들어 밝은 달 바라보고
고개 숙여 고향 그리워하네

 

그림처럼 묘사되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기승전결의 자연스런 흐름을 타고 스며든다.

'정야사'는 이백의 시 가운데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작품이다.

 

< 山中對酌 산중대작 >

 

兩人對酌山花開 (양인대작 산화개) 

一杯一杯復一杯 (일배일배 부일배) 

我醉欲眠君且去 (아취욕면 군차거) 

明日有意抱琴來 (명일유의 포금래) 

두 사람 마주 앉아 술을 마시니 산에는 꽃이 피네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나는 이미 취해 자려 하니 자네는 이제 돌아가게나

내일 또 술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다시 오시구려

 

실로 주선 이백다운 풍류남아의 배포와 멋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시에 나오는 "일 배, 일 배, 부일배"는 오늘날

술자리에서도 즐겨 쓰는 흥겨운 표현이다.


< 將進酒 장진주 >

 

君不見 (군 불견)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 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 불부회)

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君不見 (군 불견)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 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 모성설)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고대광실 환한 거울 속 백발의 슬픈 모습

아침에 검푸른 실 같더니 저녁엔 눈처럼 희구나!

     - 중략 -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 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 환복래)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 차위락)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 삼백배)

하늘이 나를 이 땅에 보낸 것은 쓸모가 있음인데,

돈이야 흩어졌다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니

염소 삶고 소 잡아 맘껏 즐겨 보세나!

한번 마시기로 했으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 중략 -

​​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 언소전)

徑須沽取對君酌 (경수고취 대군작)

五花馬千金裘 (오화마 천금구)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 환미주)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 만고수)

주인은 어찌 돈이 모자란다 하는가

어서 가서 술 사와 그대와 같이 대작하리니

멋진 말과 천금의 가죽옷

아이 불러 어서 술과 바꾸게 하여

그대와 함께 만고의 시름 잊어보리라.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고 술로써 시름을 잊고자 한

이백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

지금으로 치면 타고 온 자가용이라 할 수 있는

'오화마'와 입고 온 양복인 '천금구'까지 술과 바꾸어

마시려 했던 이백의 술 사랑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 月下獨酌 월야독작 >

 

花間一臺酒 (화간 일대주)

獨酌無相親 (독작 무상친)

擧杯邀明月 (거배 요명월)

對影成三人 (대영 성삼인)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아두고

벗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와 나와 달,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월기 불해음)

影徒隨我身 (영도 수아신)

暫伴月將影 (잠반 월장영)

行樂須及春 (행락 수급춘)

달은 술을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나를 따라 하기만 하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아가 월배회)

我舞影零卵 (아무 영령란)

醒時同交歡 (성시 동교환)

醉後各分散 (취후 각분산)

永結無情遊 (영결 무정유)

相期邈雲漢 (상기 막운한)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무정한 교유를 영원토록 맺었으니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혼자 술을 마시는 멋과 함께 고독감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세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이백은 혼술, 자작(自酌)의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 行路難 행로난 >

 

金樽美酒斗十千 (금준미주 두십천)

玉盤珍羞値萬錢 (옥반진수 치만전)

停盃投箸不能食 (정배투저 부능식)

拔劍四顧心茫然 (발검사고 심망연)

금잔에 담긴 술은 한 말에 만금이요

옥쟁반 가득한 진미는 만전이건만

잔 멈추고 젓가락 던지고는 먹지 못하네

칼 뽑아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막막하구나

 

欲渡黃河氷塞川 (욕도황하 빙색천)

將登太行雪滿山 (장등태항 설만산)

閒來垂釣碧溪上 (한래수조 벽계상)

忽復乘舟夢日邊 (홀부승주 몽일변)

황하를 건너려니 강물이 얼어 붙었고

태항산을 오르려니 산에 눈이 가득하네

벽계에 가서 한가로이 낚시나 할까

배타고 해 돋는 곳으로 가는 꿈이나 꿀까

 

行路難行路難 (행로난 행로난)

多岐路今安在 (다기로 금안재)

長風破浪會有時 (장풍파랑 회유시)

直掛雲帆濟滄海 (직괘운범 제창해)

인생길의 어려움이여, 어려움이여!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거센 바람이 물결 가를 그날이 오면

구름 돛 달고서 푸른 바다 헤쳐가리라 

 

'행로난'은 친구가 이백을 위로하기 위해 성대한

잔치를 열어 주었을 때 지은 시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였으나 거듭되는

실패로 시름이 깊었던 이백의 감정이 격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 望廬山瀑布 망여산폭포 >


日照香爐生紫煙 (일조향로 생자연)
遙看瀑布掛長川 (요간폭포 괘장천)
飛流直下三千尺 (비류직하 삼천척)
疑是銀河落九天 (의시은하 락구천)
향로봉에 햇빛 비추니 자색 안개 피어나고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긴 강이 걸려있구나

날아 솟았다 바로 떨어지는 물줄기 삼천 척

구천 하늘에서 은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여산은 강서성에 있는 명산이다.

"비류직하삼천척"웅장하고 역동성 있는 폭포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이백의 또 다른 시 '추포가'에

나오는 "백발삼천장" 구절과 함께 중국 문학에서

사용된 과장법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