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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의 명문

명작 속의 명문 / 김훈의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물아일체 2025. 12. 4. 00:00

"인문주의를 말하는 담론이 유행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저는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언어의 타락과 혼란,

언어의 사나움과 사나운 언어의 무력함을 말하려

합니다.

언어와 삶의 관계를 성찰하고, 건강한 언어의 토대

위에 삶을 세우려는 노력이 인문학의 본령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문주의는 '()'에서 발아해서 '()'에서

결실하는 것이므로, 세계 명작을 탐독하고 우아한

교양을 쌓음으로써 인문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어떤 어조로 말해야 하는가,

말본새를 어찌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은 인문주의의

토대일 것입니다.

말 앞에서의 경건함, 말을 검소히 사용하는 망설임,

혓바닥을 너무 빠르게 놀리지 않는 진중함, 사람 사는

동네를 걸어 다닐 때 어깨를 거들먹거리지 않는

걸음걸이가 인문주의의 중요한 외양일 것입니다.

이것은 포즈가 아니라 본질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명화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소통 불가능한 언어의 창궐입니다.

지금, 언어는 소통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욕망과 당파성으로 무장한 입들이 여러 고지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무기화된 언어를 발포해서

공유지를 폭격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익집단, 당파집단, 욕망의 집단이 내지르는

비명, 고함, 욕지거리, 악다구니, 저주, 분노, 거짓말이

허공에서 부딪쳐서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백색소음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소음 속에서는 모든 소리의 주파수가 뒤엉키고

간섭해서 언어의 의미 내용이 파괴되고,

개념이 지칭하는 바는 모호해지고, 모든 메시지는

수취인이 불분명해져서 이 세상은 파도소리나

TV의 노이즈 현상처럼 해독 불가한 무의미로

뒤덮여 버립니다.

말을 할수록 인간 사이가 단절되고 소외가 심화되는

사태이고, 정치는 공허해지고 있습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한국 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김훈 작가가 2024년에 펴낸

에세이집 '허송세월'에 수록된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허송세월'은 김훈 작가가 '연필로 쓰기' 이후

5년만에 내놓은 에세이집으로, 노작가의 연륜과 

철학이 묻어날 뿐만 아니라,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 절제된 감정 표현 등 김훈 특유의 문장력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명작 속의 명문 / 김훈의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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