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힘내라, 가을이다. 사랑해" 2020년 당시 94세의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한원주(1926 - 2020년) 원장의 묘비문이다. 한원주 원장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그는 아흔네 살 되도록 매일 병실을 돌며 환자를 돌봤으며, 죽기 한 달 전까지 늘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도 옅게 발랐다고 한다. 흰머리를 가리는 검은 모자는 한원장의 상징이었다. 그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살아 있어야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하곤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