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있는 박인환(1926 - 1956년)의 묘비에 새겨진 그의 시 의 일부이다.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난 박인환은 부친의 강요로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8.15 해방을 맞아 졸업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한 뒤 서울로 왔다. 그는 서울 종로에서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열고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여러 문인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