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나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어머니의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니에게 갑니다." 인간의 존재와 고독을 평이하고 자연스런 언어로 표현했던 조병화(1921 - 2003년) 시인의 묘비문이다. 묘비문에서 조병화 시인은 자신의 전 생애를 ‘어머니 심부름’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병화 시인에게 어머니는 삶의 시작점이자 도착점이었다. 그는 생전에 자신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심부름을..